하지원 동성 키스가 왜 4~5화 클라이맥스의 전환점이 됐을까요?

요즘 드라마를 볼 때 예고편보다 시청자 반응을 먼저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도 그랬습니다. 초반에는 주지훈, 하지원을 앞세운 권력극이자 치정 멜로처럼 보였는데, 4화와 5화에 들어서면서 이야기의 결이 확 달라졌습니다. 특히 하지원이 연기한 추상아의 동성 키스 장면은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으로 소비하기엔 앞뒤 맥락이 꽤 무겁습니다.
이 글에는 <클라이맥스> 4~5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됩니다. 아직 해당 회차를 보지 않았다면 인물 관계와 반전 일부를 알고 보게 될 수 있습니다.
4화에서 드러난 추상아의 숨겨진 관계
4화에서 가장 크게 분위기를 바꾼 건 추상아와 한지수의 관계였습니다. 추상아는 한때 대중에게 사랑받던 톱배우였지만, 작품 속 현재 시점에서는 논란과 의혹 속에 벼랑 끝에 몰린 인물입니다. 그런데 4화는 그가 단순히 추락한 스타가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을 오래 품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쪽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한지수는 추상아가 아꼈던 신인 배우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휴대전화 대화와 과거 장면을 통해 연인에 가까운 감정선으로 제시됩니다. 이 지점에서 하지원의 동성 키스 장면이 화제가 됐지만,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작품이 의도한 감정의 무게를 놓치기 쉽습니다. 추상아에게 한지수는 사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죄책감, 상실감, 복수심을 한꺼번에 불러오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사실 하지원은 그동안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 강한 여성 캐릭터, 멜로와 액션을 오가는 배우로 오래 기억돼 왔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맥스>의 추상아는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살인 사주 의혹, 연예계 권력, 성 상납 문제, 무너진 스타의 생존 본능까지 한 인물 안에 몰아넣기 때문입니다.
하지원 동성 키스, 왜 장면보다 맥락이 중요할까요?
화제가 된 키스 장면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받아들여졌습니다. 하나는 추상아와 한지수의 과거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추상아가 황정원에게 한지수를 겹쳐보는 장면입니다. 특히 황정원 역의 나나와 마주하는 장면은 5화의 감정선을 흔드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추상아는 자신을 감시하고 도청해온 황정원을 완전히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황정원이 사과했을 때, 추상아는 차갑게 밀어내는 대신 묘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입니다. “난 아무도 안 믿어”라는 식의 태도 안에는 사람을 믿고 싶지만 더는 믿을 수 없게 된 인물의 피로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추상아가 황정원을 한지수처럼 바라보고 입을 맞추는 장면은 로맨스라기보다 착각, 상실, 의존이 뒤섞인 순간에 가깝습니다.
하지원은 방송 이후 인터뷰에서 나나와의 호흡이 편했고, 모니터를 보며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배우의 언급만 봐도 이 장면은 선정성만 노린 장면이라기보다 추상아와 황정원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흔들릴지 보여주는 감정적 장치로 해석하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4~5화 클라이맥스가 강하게 느껴진 이유
4~5화가 강하게 남는 건 한 장면 때문만은 아닙니다. 드라마가 여러 갈래의 사건을 한꺼번에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추상아는 한지수의 죽음과 오광재 사건으로 무너졌고, 동시에 현재 시점에서는 살인 사주 의혹에 다시 휘말립니다. 여기에 방태섭, 이양미, 황정원, 권력 카르텔이 얽히면서 멜로보다 생존극의 색이 짙어집니다.
5화에서는 황정원의 과거도 본격적으로 드러납니다. 도박 중독 아버지, 가정 폭력,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죄까지 이어지며 이 인물이 왜 방태섭의 정보원으로 살아가게 됐는지가 설명됩니다. 추상아와 황정원은 겉으로는 톱배우와 감시자처럼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둘 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했고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 추상아: 한지수의 죽음 이후 복수와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
- 황정원: 폭력적인 과거를 지나 방태섭의 정보원이 된 인물
- 방태섭: 성공을 위해 권력의 카르텔 안으로 들어간 검사
- 이양미: 연예계와 여론전을 이용해 판을 흔드는 인물
이렇게 보면 4~5화의 진짜 힘은 장면의 파격성보다 인물들이 서로를 이용하면서도 이상하게 닮아 있다는 점에서 나옵니다. 추상아와 황정원 사이의 긴장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 관계가 사랑으로 갈지, 연민으로 남을지, 아니면 또 다른 배신으로 바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보기 전에 알고 가면 좋은 감상 포인트
<클라이맥스>는 편하게 흘려보는 멜로드라마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치, 연예계 권력, 살인 의혹, 도청, 복수까지 소재가 꽤 세고, 인물들도 선악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그래서 4~5화를 볼 때는 누가 옳은지보다 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편이 더 잘 맞습니다.
하지원의 연기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기존 이미지와 차이가 큰 만큼 “파격적이다”는 반응과 “과하다”는 반응이 같이 나올 만합니다. 하지만 추상아라는 인물이 원래 안정적인 감정선으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과잉처럼 보이는 순간들도 의도된 불안정성에 가깝게 읽힙니다.
특히 하지원 동성 키스 장면은 작품을 보기 전부터 제목으로만 접하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장면 자체보다 그 장면 앞에 쌓인 한지수의 죽음, 추상아의 죄책감, 황정원의 감시와 연민을 같이 봐야 합니다. 그래야 4~5화가 왜 이야기의 반환점처럼 느껴지는지 더 또렷해집니다.
앞으로 더 궁금해지는 지점
총 10부작 구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4~5화는 정확히 중반부의 폭발 구간입니다. 추상아는 이미 대중의 의심을 받고 있고, 방태섭은 권력의 판 안에서 더 깊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황정원은 정보원으로서의 임무와 추상아를 향한 감정 사이에서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동성 키스 장면을 단순한 화제성으로만 쓰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추상아와 황정원의 관계가 자극적인 반전으로 끝나지 않고, 각자가 가진 상처와 선택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4~5화의 강한 장면들도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보면 <클라이맥스>는 인물들을 편하게 좋아하게 만들기보다, 불편한데 계속 보게 만드는 쪽에 가까운 드라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