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는 왜 스크린에서도 계속 궁금한 배우일까요?

얼마 전 극장 시간표를 훑다가 문득 느낀 건, 요즘 관객들이 배우의 이름을 보는 방식이 꽤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필모그래피가 긴 배우인지, 흥행작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먼저 보였다면, 이제는 한두 작품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얼굴을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비비, 본명 김형서는 딱 그런 쪽에 가까운 이름입니다.
가수 비비와 배우 김형서는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요?
비비는 1998년생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음악 활동에서는 색이 선명한 편입니다. 목소리, 가사, 무대 매너까지 자기 세계가 뚜렷하죠. 그런데 배우로 볼 때는 조금 다르게 작동합니다. 노래할 때의 강한 이미지가 그대로 화면을 장악하기보다, 작품 속 인물의 불안함이나 날것의 감정을 꽤 차분하게 받아냅니다.
씨네21 인물 정보 기준으로 영화 쪽에서 먼저 확인되는 작품은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와 '화란'입니다. 필모 수만 놓고 보면 아직 많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빨리 각인된 이유는 단순 출연보다 작품의 결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란'은 어둡고 건조한 누아르 톤 안에서 배우의 얼굴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화란'을 보기 전에 알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화란'은 2023년 국내 개봉한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가 중심에 서고,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면서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상영 시간은 약 123분이고, 장르는 범죄 누아르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통쾌한 액션물이라기보다, 빠져나갈 곳 없는 환경에 놓인 인물들이 점점 더 거친 선택으로 밀려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관람 전에 기대치를 잘 잡는 게 중요합니다. 송중기의 스타성을 앞세운 대중 오락영화라기보다는, 홍사빈이 연기한 연규의 시선과 감정에 오래 붙어 있는 어두운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비비가 맡은 하얀은 연규의 의붓동생으로, 작품 안에서 감정의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 밝은 분위기의 청춘물이나 음악 영화는 아닙니다.
- 폭력적인 상황과 정서적으로 무거운 장면이 이어집니다.
- 비비의 분량만 보고 고르기보다는 영화 전체의 톤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 칸 초청작 특유의 건조한 호흡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비비의 연기는 어떤 지점에서 눈에 띄나요?
비비의 배우 이미지가 흥미로운 건, 과하게 안정적인 쪽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대사 처리나 감정 표현이 전통적인 의미의 정교함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표정, 상대를 밀어붙이는 눈빛, 쉽게 꺾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화란'에서 하얀은 보호받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버티는 인물입니다. 이 지점에서 비비의 기존 이미지가 꽤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사실 가수 출신 배우에게 따라붙는 선입견은 늘 비슷합니다. 무대에서 보이던 캐릭터가 연기에도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죠. 그런데 비비는 그 강한 인상을 억지로 지우기보다, 작품이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낮춰 씁니다. 그래서 화면 안에서 낯설지만 튀지는 않습니다. 이건 신인 배우에게 꽤 좋은 신호입니다.
박스오피스 관점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화란'은 대규모 흥행작으로 기억되는 영화는 아닙니다. 국내 누적 관객 수는 26만 명대에 머물렀고, 제작비와 손익분기점 이야기를 함께 놓고 보면 상업적으로 크게 뻗어간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박스오피스 성적만으로 볼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가 남긴 건 흥행 숫자보다 배우 발견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특히 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김형서가 영화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은 점은 꽤 중요합니다. 흥행 규모가 압도적이지 않은 작품에서도 연기 성과가 별도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극장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수상 이력이 다음 출연작을 고를 때 하나의 신호가 됩니다. 스타의 화제성과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라서, 다음 영화 캐스팅 소식이 나올 때 관심이 붙을 만합니다.
앞으로 비비 출연작을 고를 때 봐야 할 포인트는요?
비비는 아직 영화 필모가 두껍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특정 장르의 배우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밝고 말랑한 이미지보다, 결핍과 긴장감이 있는 인물에서 더 강하게 보입니다. '화란'의 하얀, 드라마와 예능에서 보여준 생존형 캐릭터 감각을 떠올리면, 장르물이나 누아르, 스릴러 쪽에서 한 번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람 전에는 세 가지를 보면 좋습니다. 첫째, 비비가 주연인지 조연인지보다 인물의 기능이 분명한지입니다. 둘째, 작품이 음악 활동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배우 김형서의 얼굴을 새롭게 쓰는지입니다. 셋째, 영화 전체 톤이 배우의 거친 에너지와 맞물리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맞으면 분량이 아주 길지 않아도 존재감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비는 아직 완성형 배우라기보다, 작품을 잘 만나면 관객이 기억할 장면을 만들 수 있는 배우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음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고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흥행 성적이 먼저 따라오는 타입이라기보다, 한 작품씩 인상을 쌓으면서 관객의 신뢰를 얻어갈 얼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