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는 왜 옛 작품이 높을까요?

요즘 드라마 시청률이 20%를 넘었다는 소식을 보면 꽤 놀라운데, 옛 작품의 기록을 찾아보면 60%대가 줄줄이 나옵니다. 같은 숫자인데도 체감이 다른 이유가 있죠. 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를 볼 때는 작품 이름만큼이나 언제, 어떤 채널에서 방송됐고 무엇을 기준으로 집계했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먼저 최고 시청률을 기준으로 봅니다
아래 순위는 한 작품의 전체 회차 평균이 아니라 방송 기간 중 가장 높았던 회차의 가구 시청률을 기준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최고 시청률 65.8%는 모든 회차가 그 수치를 기록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소개한 역대 지상파 상위 작품 수치를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또 지상파와 케이블·종합편성채널은 보통 집계 대상이 다릅니다. 닐슨코리아의 케이블 순위는 유료 플랫폼 가입 가구를 기준으로 표시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채널의 수치를 한 줄에 놓고 단순히 인기의 크기를 비교하면 실제 시청 환경의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지상파 상위 5편에는 어떤 작품이 있나요?
- 1위 《첫사랑》, KBS2, 65.8%: 1996년 시작해 1997년 종영한 주말극입니다. 형제 이야기와 멜로가 맞물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 2위 《사랑이 뭐길래》, MBC, 64.9%: 1991년부터 1992년까지 방송됐습니다. 서로 다른 두 집안의 결혼과 가족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 3위 《모래시계》, SBS, 64.5%: 1995년 방송된 작품으로,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세 인물의 관계를 따라갑니다. 당시 방송 시간에 맞춰 귀가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화제가 됐습니다.
- 4위 《허준》, MBC, 63.7%: 1999년 시작해 2000년 종영한 사극입니다. 의원 허준의 성장 과정이 긴 호흡으로 이어집니다.
- 5위 《젊은이의 양지》, KBS2, 62.7%: 1995년 방송된 청춘·가족극입니다. 젊은 인물들의 선택과 세대 간 이야기를 함께 담았습니다.
상위 5편의 차이는 의외로 작습니다. 1위와 5위가 3.1%포인트 차이니까요. 다섯 작품 모두 1990년대에 방송을 시작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당시에는 지상파 드라마를 본방송으로 보는 비중이 지금보다 컸고, 같은 시간에 고를 수 있는 채널과 시청 방식도 적었습니다.
오래된 작품은 자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특히 《허준》의 최고 기록은 집계 기관이나 인용 자료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순위를 확인할 때 수치 하나만 떼어 보기보다 조사 기관과 기준을 같이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누가 높을까요?
비지상파 드라마만 따로 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닐슨코리아의 전국 유료 가구 기준으로 《부부의 세계》는 2020년 최고 28.4%, 《재벌집 막내아들》은 2022년 최고 26.9%를 기록했습니다. 뒤이어 2024년 《눈물의 여왕》이 24.9%를 기록하며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소수점 첫째 자리로 반올림한 수치라 다른 자료에서는 자릿수가 더 길게 표시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의 수치가 《첫사랑》보다 낮다고 해서 시청자가 느낀 화제성까지 작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방송 당시에는 다시 보기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짧은 영상 등으로 작품을 접하는 길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실시간 TV 가구 시청률은 그중 한 가지 시청 방식만 보여줍니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만 공개된 드라마는 같은 TV 시청률 순위에 넣을 숫자 자체가 없습니다.
숫자 뒤의 시청 환경도 함께 보면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 주 관객 수와 누적 관객 수를 구분하듯, 드라마도 최고 시청률과 평균 시청률은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최고치는 한 회가 얼마나 강하게 시청자를 모았는지 보여주고, 평균치는 방영 기간 내내 어느 정도 시청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수도권 수치인지 전국 수치인지에 따라서도 숫자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옛 기록을 볼 때 저는 순위보다 방송 당시의 풍경이 먼저 떠오릅니다. 《모래시계》의 64.5%와 《눈물의 여왕》의 24.9%는 서로 다른 시청 환경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두 작품 사이의 긴 시간을 생각하면, 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는 인기 작품 목록이면서 TV를 보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