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동 사태, 영화 속 현실화된 경고였을까요?

2023년 프랑스 폭동 당시 거리 영상을 보다가 영화 《아테나》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현실의 예고편처럼 부르면 중요한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실제 사건은 무엇이었고, 영화들은 그보다 앞서 어떤 긴장을 보여줬을까요?
2023년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3년 6월 27일, 파리 근교 낭테르에서 17세 나엘이 교통 단속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현장 영상이 퍼진 뒤 항의와 폭력 사태가 여러 지역으로 번졌습니다. 프랑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67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사건이 발생했고, 건물 2,508채가 불타거나 파손됐습니다. 그중 학교 시설은 243곳이었습니다.
나엘의 죽음에 항의한 시민들과 방화·약탈에 가담한 사람들을 한 집단으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프랑스 내무부가 유죄 판결을 받은 성인들의 사건 기록을 분석했을 때도, 참여 동기는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집단의 영향과 기회주의적 행동이 확인됐습니다. 거리의 분노가 왜 생겼는지와 폭력에 누가 어떻게 가담했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증오》는 오래된 불신을 보여줬다
마티외 카소비츠 감독의 1995년 영화 《증오》는 경찰 조사 중 다친 16세 소년이 사경을 헤매는 다음 날, 외곽 주거단지 청년들의 시간을 따라갑니다. 칸 영화제의 작품 소개에도 경찰과 청년들이 밤새 충돌했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영화의 힘은 대규모 폭동의 규모보다 일상에 쌓인 긴장을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선과 짧은 대화마저 쉽게 위협으로 바뀝니다.
이 작품은 2023년 사건보다 28년 먼저 나왔습니다. 그 사이인 2005년에도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두 청소년이 변전소에서 숨진 뒤 소요 사태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됐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공공 자료를 보면 당시 사태는 약 3주간 이어졌습니다. 《증오》를 뒤늦게 볼 때 섬뜩한 이유는 특정 사건을 맞혔기 때문이 아닙니다. 경찰과 지역 청년 사이의 불신이 오랫동안 반복됐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레 미제라블》과 《아테나》는 무엇을 더했나
라지 리 감독의 2019년 영화 《레 미제라블》은 몽페르메유에 새로 온 경찰관의 눈으로 동네를 보여줍니다. 경찰과 주민, 지역의 여러 집단 사이에는 이미 긴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단속 과정은 드론에도 찍힙니다. 칸 영화제의 소개처럼 카메라는 갈등의 한가운데에 있고, 보는 사람은 누가 무엇을 했는지뿐 아니라 그 장면이 퍼진 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2022년 공개된 《아테나》는 막내 동생의 죽음으로 세 형제의 삶이 뒤흔들리는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작품 소개는 사망 경위를 처음부터 확정하지 않습니다. 2023년 실제 사건의 재현작으로 받아들이면 인물과 사건을 잘못 겹쳐 보게 됩니다. 영화는 한 가족의 상실과 동네의 격앙된 분위기를 밀도 높게 그린 허구의 드라마입니다.
세 편을 이어 보면 시선도 달라집니다. 《증오》는 충돌 전후 청년들의 시간을, 《레 미제라블》은 단속 현장에서 커지는 긴장을, 《아테나》는 죽음 이후 가족과 공동체에 번지는 혼란을 보여줍니다. 모두 같은 사건을 말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작은 계기가 기존의 불신을 만나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서로 닿아 있습니다.
영화와 뉴스를 함께 볼 때 남는 질문
2023년 사태를 영화가 ‘예언했다’고 말하면 간단합니다. 그런데 영화 속 사건의 원인과 실제 사건의 경과는 다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나엘의 사망 이후 경찰의 총기 사용 규정과 인종에 따른 차별적 단속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반면 프랑스 내무부 조사에서는 폭력에 가담한 이들의 동기가 정치적 주장만으로 묶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한 장면이나 숫자만으로 사태 전체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관람 전에는 세 작품 모두 실제 2023년 폭동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화면 속 충돌이 현실과 닮아 보이는 순간, 그 장면의 승패보다 그곳 사람들이 왜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는지 눈여겨보게 됩니다. 저는 그 질문이 영화가 남긴 가장 오래가는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