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영화는 왜 볼 때마다 불안할까요?

얼마 전 상영작 목록에서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보고, 앞선 영화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추격자〉는 범인을 쫓는 동안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곡성〉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끝까지 확신하기 어려웠죠. 두 작품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데, 보고 난 뒤의 불안은 닮아 있습니다. 신작을 고르거나 전작을 다시 볼 때도 그 감각을 알고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추격자〉부터 〈호프〉까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된 나홍진 감독의 장편 연출작은 2008년 〈추격자〉, 2010년 〈황해〉, 2016년 〈곡성〉, 2026년 〈호프〉로 이어집니다. 앞의 두 편은 사람을 쫓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고, 〈곡성〉에서는 수사에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끼어듭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더 큰 규모까지 넓힙니다.
무대는 커졌지만 인물이 처한 상황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은 알지만, 손에 쥔 정보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뛰고, 묻고, 의심할수록 관객도 함께 조급해집니다. 나홍진 영화의 긴장감은 사건의 크기만큼이나 그 불확실성에서 나온다고 느낍니다.
처음 본다면 어느 작품부터 보는 게 좋을까요
〈추격자〉는 전직 형사 중호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사건을 일찍 드러내면서도 추적 과정의 답답함과 다급함을 끝까지 밀고 갑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맞히는 재미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에 가까운 영화죠. 빠른 호흡의 범죄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가장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첫 작품입니다. 다만 폭력적인 장면과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 꽤 무겁습니다.
〈황해〉는 빚에 몰린 구남이 일을 맡고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시작합니다. 〈추격자〉가 한 사건의 시간을 촘촘히 좁힌다면, 〈황해〉는 낯선 곳에서 누구도 믿기 어려운 인물의 혼란을 길게 따라갑니다. 인물 관계가 복잡하고 폭력 수위도 높아 가볍게 보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대신 쫓는 사람과 쫓기는 사람의 자리가 계속 흔들리는 영화를 원한다면 강하게 남을 작품입니다.
〈곡성〉은 마을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경찰 종구의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수사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다가도 새로운 증언과 장면이 판단을 흔듭니다. 앞선 두 편의 추격전보다 미스터리와 공포의 비중이 큽니다. 해석을 미리 찾아보고 가면 볼 때의 감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 처음이라면 인물들이 무엇을 직접 봤고 무엇을 전해 들었는지만 구분해도 충분합니다.
〈호프〉를 보기 전에 알면 좋은 점은요
〈호프〉는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나온 나홍진 감독의 장편 연출작으로, 2026년 7월 15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칸영화제 공식 소개에 따르면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에서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산으로 향한 사람들이 정체를 알기 어려운 위협에 맞닥뜨립니다. 황정민이 출장소장 범석을, 정호연이 경찰 성애를, 조인성이 성기를 연기합니다.
초반 설정만 듣고 익숙한 괴물 영화의 전개를 예상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칸영화제는 이 작품을 경쟁 부문에 소개하며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더 큰 비극으로 번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무엇이 나타났는지를 맞히기보다, 인물들이 제한된 정보 앞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편이 이 감독의 전작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물론 어디에 시선을 둘지는 관객마다 다를 겁니다.
상영 시간도 염두에 둘 만합니다. 칸영화제 작품 소개에는 160분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실제 예매 화면의 상영 시간과 종료 시각을 확인하면 일정을 잡기 편합니다. 출연진이나 영화제 초청 이력만 보고 가벼운 오락 영화를 기대하기보다는, 길고 긴박한 장르 영화 한 편을 볼 시간을 비워두는 쪽이 어울립니다.
〈랑종〉도 나홍진 감독의 영화일까요
목록을 훑다 보면 2021년 〈랑종〉에서 한 번 헷갈리기 쉽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지만, 연출은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맡았습니다. 그래서 나홍진의 관심사가 닿아 있는 작품으로 함께 볼 수는 있어도, 앞의 네 편과 같은 장편 연출작으로 세면 필모그래피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추격자〉의 숨 가쁜 추적, 〈곡성〉의 오래 남는 의심 중 어느 쪽이 더 끌리는지에 따라 첫 작품을 고르겠습니다. 그리고 〈호프〉를 볼 때는 전작과 똑같은 장면을 찾기보다, 이번에는 인물들의 불안이 어디까지 번지는지 따라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