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맥거핀은 왜 설명이 적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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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맥거핀은 왜 설명이 적을까요?

영화를 보고 나와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면 의외로 소품 하나가 오래 남습니다. 주인공이 목숨 걸고 찾아다닌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두가 노린 문서에는 무슨 내용이 적혔는지 궁금해지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도 답을 알려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 물건이 ‘맥거핀’이라면, 내용보다 그것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야기에 더 중요했을 수 있습니다.

맥거핀은 이야기를 움직이는 목표입니다

맥거핀은 인물들이 쫓거나 빼앗거나 지키려는 대상입니다. 물건일 수도 있고, 비밀이나 인물일 수도 있어요. 영화 속 사람들에게는 절박하지만 관객이 그 정체를 자세히 알아야만 이야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파이 영화에서 모두가 기밀 문서를 찾는다고 해도, 문서의 모든 문장을 읽어야 추격 장면의 긴장감을 느끼는 건 아니니까요.

이 말을 널리 알린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입니다. 그는 프랑수아 트뤼포와의 대화에서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장치로 맥거핀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맥거핀을 볼 때는 ‘대체 무엇이 들었나’와 함께 ‘이것 때문에 누가 어떤 선택을 하나’를 보는 편이 재미있습니다. 같은 물건을 쫓아도 누군가는 도망치고, 누군가는 거짓말하고, 누군가는 믿었던 사람을 의심합니다. 물건은 하나인데 이야기는 그 반응에서 갈라지는 셈이죠.

유명한 영화에서는 어떻게 쓰였을까요?

히치콕의 <사이코>는 초반의 돈이 좋은 예입니다. 매리언이 거액의 돈을 가지고 떠나면서 관객은 돈의 행방과 추적을 예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베이츠 모텔에 도착한 뒤 영화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갑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출발점처럼 보였던 돈이 끝까지 가장 중요한 수수께끼로 남지는 않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정도만 알고 봐도 초반에 무엇을 따라가게 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는 미세필름이 추격의 이유를 만듭니다. 누가 그것을 손에 넣느냐는 중요하지만, 관객에게 필름 속 정보를 세세히 보여주는 데 시간을 쓰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관심은 잘못된 신분으로 쫓기게 된 남자가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모입니다. 맥거핀이 단순한 소품으로 그치지 않고 인물을 위험한 상황에 밀어 넣는 역할을 하는 경우입니다.

<펄프 픽션>의 서류가방도 자주 거론됩니다. 인물들은 그것을 찾고 안을 들여다보지만, 관객에게 내용물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가방을 둘러싼 거래와 인물들의 반응은 보이는데 정답은 비어 있는 셈이죠. 그래서 관객마다 다른 상상을 하게 됩니다. 다만 세 영화의 사용법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사이코>의 돈은 초반에 관객의 예상 경로를 만들고, <펄프 픽션>의 가방은 끝까지 호기심을 남깁니다.

설명이 없다고 모두 맥거핀은 아닙니다

정체를 감춘 물건이라고 전부 맥거핀으로 부르면 조금 헷갈립니다. 나중에 그 안의 내용이 밝혀지고, 그 정보가 사건의 의미를 완전히 바꾼다면 내용 자체가 이야기의 중요한 답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용물을 다른 값진 물건으로 바꿔도 인물들의 추격과 갈등이 대체로 성립한다면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물론 작품마다 경계는 흐립니다. 한 소품이 사건을 출발시키면서 인물의 욕망까지 드러낼 수도 있으니까요.

헷갈리기 쉬운 표현으로 ‘레드 헤링’도 있습니다. 레드 헤링은 관객의 추측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단서에 가깝습니다. 맥거핀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목표라는 점에 초점이 있습니다. 둘 다 관객의 주의를 끌지만 역할은 다르죠. 범인을 잘못 짚게 만드는 흔적과, 범인도 탐정도 찾으려는 물건을 떠올리면 차이가 비교적 선명해집니다.

영화를 볼 때 무엇을 따라가면 좋을까요?

맥거핀을 알아봤다고 해서 내용물의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그 대상을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손에 넣으면 무엇이 달라진다고 믿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또 그 목표가 등장한 뒤 인물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로 협력하던 두 사람이 물건 앞에서 갈라진다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은 소품의 정체보다 두 사람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새로 개봉한 영화의 예고편에서도 ‘모두가 찾는 무언가’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죠. 그때 예고편이 답을 숨긴다고 해서 영화 전체가 그 답만을 향해 달릴 거라고 예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막상 극장에서는 추격의 이유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저는 맥거핀이 잘 쓰인 영화를 보면 마지막에 물건보다 사람의 얼굴을 더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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