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 영화는 어떤 작품부터 보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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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 영화는 어떤 작품부터 보면 좋을까요?

얼마 전 영화 목록을 고르다가 ‘팀 버튼’ 이름이 붙은 작품을 한꺼번에 찾아봤습니다. 가위손처럼 조용한 이야기도 있고, 비틀쥬스처럼 소란스러운 코미디도 있더군요. 어두운 화면과 기묘한 캐릭터를 떠올리기 쉽지만, 분위기만 보고 골랐다가는 예상과 꽤 다른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본다면 작품의 장르와 감정선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 한 편을 고른다면 취향부터 생각하세요

팀버튼 영화의 입문작으로 자주 꼽히는 가위손(1990)은 손이 가위인 청년이 평범한 동네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외형과 달리 중심에는 외로움과 소속감이 있습니다. 괴상한 설정이 부담스럽더라도 인물의 감정에 따라가기 쉬운 편이라, 버튼 특유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에게 좋은 출발점입니다.

좀 더 떠들썩한 영화를 원한다면 비틀쥬스(1988)가 맞습니다. 유령과 산 사람이 한집에서 부딪히는 설정에 과장된 분장, 장난스러운 공포, 빠른 농담이 섞입니다. 가위손의 쓸쓸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틀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보면 같은 감독의 기묘함이 얼마나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금방 느껴집니다.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빅 피쉬(2003)도 후보입니다. 아버지가 들려준 믿기 어려운 모험담을 아들이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화면은 환상적이지만, 보고 난 뒤에는 가족 사이에서 기억과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보고 싶은 것이 시각적 재미인지, 인물의 감정인지에 따라 첫 작품을 고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애니메이션은 감독 이름을 확인하면 덜 헷갈립니다

팀 버튼의 그림체를 떠올릴 때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을 빼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감독은 헨리 셀릭입니다. 팀 버튼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고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제목에 이름이 크게 들어가 있어 감독작으로 기억하기 쉽지만, 감독의 연출작을 골라 보는 중이라면 구분해 둘 만합니다.

버튼이 직접 연출한 스톱모션 장편으로는 유령 신부(2005)와 프랑켄위니(2012)가 있습니다. 유령 신부는 결혼을 앞둔 남자가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이야기이고, 프랑켄위니는 죽은 반려견을 되살리려는 소년을 따라갑니다. 두 작품 모두 죽음이 소재지만 감상의 무게는 다릅니다. 유령 신부는 로맨스와 음악의 비중이 크고, 프랑켄위니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스톱모션은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움직임과 표정에 특유의 질감이 남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의 매끄러운 속도와는 달라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버튼 영화의 삐뚤고 작은 세계와 잘 어울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색감만으로 관람 수위를 짐작하긴 어렵습니다

배트맨(1989)과 배트맨 2(1992)는 버튼이 만든 고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배트맨 2는 영웅의 활약만큼 상대 인물들의 상처와 기괴한 분위기가 강하게 남습니다.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여러 작품의 설정을 알아야 따라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가볍고 통쾌한 액션만 기대한다면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스위니 토드(2007)는 더 분명하게 준비가 필요한 영화입니다. 복수를 다룬 뮤지컬이고 노래가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이끕니다. 잔혹한 장면도 등장합니다. ‘팀 버튼 영화니까 동화 같은 판타지겠지’라는 예상으로 보기보다는, 어두운 복수극과 뮤지컬 형식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도 가위손과 스위니 토드가 주는 감각은 크게 다릅니다.

반대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은 화려한 색과 장난감 같은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 안의 유머는 마냥 다정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볼 작품을 고를 때도 포스터의 색감보다 이야기의 성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틀쥬스 후속편은 전편을 보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2024년 공개된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1988년 작품의 후속편입니다. 두 영화 사이에는 36년의 간격이 있고,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가 다시 출연합니다. 새 인물이 들어오지만 이전 작품의 가족 관계와 캐릭터를 알고 보면 장면의 재미를 더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전편의 줄거리를 외울 필요까지는 없어도, 특유의 농담과 저승 세계의 규칙에 익숙해진 뒤 후속편을 보는 편이 편안합니다.

흥행 순위나 화제성만 보고 버튼의 작품을 고르면 기대와 실제 영화가 어긋날 때가 있습니다. 비틀쥬스의 소란스러움이 좋았다면 후속편으로, 가위손의 감정이 남았다면 빅 피쉬로 옮겨 가는 식이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팀버튼 영화를 볼 때 ‘얼마나 기묘한가’보다 그 기묘함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들리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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