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영화가 눈에 띄었나요?

영화제 소식을 챙기다 보면 화려한 초청 명단보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기억해 두면 좋을까’가 더 궁금해집니다. 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026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렸습니다. 행사는 끝났지만,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거나 상을 받은 작품들은 이후 개봉작을 고를 때 유용한 출발점이 됩니다.
올해 영화제는 얼마나 컸을까요?
부산국제영화제가 공개한 최종 결산 자료에는 총 315편이 상영작으로 집계됐습니다. 59개국 공식 초청작 246편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을 합친 수치입니다. 개막 전 소개된 편수와 차이가 있으니, 영화제 규모를 이야기할 때는 최종 집계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총 관객 수는 27만 7,027명입니다. 이 가운데 영화 관객은 20만 43명, 토크를 비롯한 프로그램 이벤트와 부대 행사 관객은 7만 6,98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영화 한 편만 보고 나오는 행사라기보다 상영 뒤 대화까지 이어지는 축제였다는 점이 숫자에서도 보입니다. 실제로 게스트와의 만남은 304회 진행됐습니다.
상영 장소도 영화의전당 한 곳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센텀시티의 극장들과 커뮤니티비프 공간을 포함해 8개 극장, 31개 스크린을 사용했습니다. 부산에 가지 못했던 관객이라면 이 규모 자체보다, 그 안에서 어떤 작품이 관객과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았는지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개막작은 어떤 분위기의 영화였나요?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김종관 감독의 80분짜리 한국 영화입니다. 하나의 카페를 서로 다른 시간에 찾은 네 쌍의 남녀가 대화를 나눕니다. 김민하와 주종혁, 한선화와 장률, 심은경과 이희준 등이 각기 다른 만남을 연기합니다. 영화제가 소개한 줄거리만 놓고 보면 큰 사건을 따라가기보다 인물 사이의 말과 분위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을 기억한다면 같은 공간에 잠시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전작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경험을 기대하기보다, 네 관계가 저마다 어떤 리듬을 만드는지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작품 정보에 적힌 상영시간은 80분입니다.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지만 대사가 이끄는 영화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수상작 가운데 무엇을 기억하면 좋을까요?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은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만든 《빵과 책》에 돌아갔습니다. 상영시간은 133분입니다. 계약직 교사 솔란이 학생들의 식사를 마련하려 애쓰는 동안 자신의 주거와 생계까지 흔들리는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지키려는 선의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따라가는 작품이라, 따뜻한 이야기만 기대하고 고르기에는 묵직한 소재가 있습니다. 대상 수상작은 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상영됐습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인도네시아와 일본이 함께 제작한 에디 차효노 감독의 《마이 마더》가 받았습니다. 감독상은 대만 영화 《평범하기 위하여》의 리윈찬 감독에게 돌아갔고요. 한 작품에만 관심이 쏠리기 쉬운 수상 결과지만, 세 영화를 나란히 놓으면 올해 경쟁부문이 여러 지역의 아시아 영화를 보여줬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새로운 감독을 찾는 쪽이라면 뉴 커런츠상 수상작 《어둠 속의 새들》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인도 감독 샤샹크 왈리아의 첫 장편으로, 141분의 흑백 영화입니다. 인물들의 이동을 따라가며 카스트 위계와 노동, 관계의 문제를 다룹니다. 소재와 길이를 보면 가볍게 볼 작품을 찾는 날보다는 시간을 내어 집중할 수 있을 때 어울리겠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는 정지혜 감독의 《풀문》이 비전 부문의 한국 관객상과 CGV상 등을 받았습니다. 학교 댄스팀에서 주목받고 싶은 중학생 혜미의 성장 이야기이며 상영시간은 96분입니다.
영화제 수상이 곧 흥행 신호일까요?
박스오피스를 자주 확인한다면 영화제 수상 소식을 개봉 첫 주 성적처럼 읽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객 수는 열흘간 열린 행사 전체의 집계이고, 개별 영화의 전국 흥행 성적은 극장 개봉 뒤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품상이나 관객상도 관람 선택에 참고가 될 뿐, 이후 흥행 규모를 미리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수상작을 볼 때 제목 옆에 상영시간과 소재를 함께 적어둡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처럼 대화가 중심인 80분짜리 영화와 《어둠 속의 새들》처럼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141분짜리 영화는 같은 영화제 출품작이어도 관람 경험이 꽤 다를 테니까요. 앞으로 개봉 소식이 들리면 수상 경력 한 줄보다 그날 보고 싶은 이야기인지부터 확인하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