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이스트 영화는 재난물일까요 강도물일까요?

영화 목록에서 《허리케인 하이스트》라는 제목을 보면 잠깐 멈추게 됩니다. 허리케인으로 도시가 무너지는 이야기인지, 폭풍을 틈타 금고를 터는 이야기인지 한눈에 잡히지 않거든요. 실제로 이 영화는 두 설정을 한꺼번에 밀어붙입니다. 다만 제목의 ‘하이스트’만 보고 치밀한 범죄 계획을 기대하면 조금 다른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폭풍 속에서 누가 무엇을 노리나요?
《허리케인 하이스트》는 2018년 공개된 롭 코헨 감독의 액션 스릴러입니다. 상영시간은 103분. 미국 앨라배마주의 한 소도시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접근하는 동안, 무장 강도단은 현지 재무부 시설에 보관된 현금 6억 달러를 빼돌리려 합니다. 주민들이 대피하고 도시가 비어 간다는 점이 범행 계획의 출발점이지요.
문제는 폭풍이 예상보다 거세지고, 강도단이 금고를 열기 위해 재무부 요원 케이시를 필요로 하면서 생깁니다. 케이시 역은 매기 그레이스가 맡았습니다. 여기에 허리케인을 두려워하면서도 기상 지식을 활용해 맞서는 윌이 합류하는데, 토비 케벨이 연기합니다. 윌의 형 브리즈 역은 라이언 콴텐입니다. 형제를 둘러싼 사연도 있지만, 영화를 움직이는 힘은 인물의 긴 대화보다 바람과 비 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재난과 범죄가 정확히 반씩 섞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관람 전에는 무게중심이 액션 쪽에 더 가깝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허리케인은 피해 상황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소재라기보다, 이동 경로를 막고 계획을 뒤집는 거대한 변수로 쓰입니다.
‘하이스트’라는 제목에서 기대할 장면은 얼마나 있나요?
하이스트 영화의 재미는 보통 준비 과정에 있습니다. 누가 보안을 뚫고, 누가 금고를 열며, 계획이 어긋났을 때 어떤 대안을 꺼내는지 지켜보는 맛이 있죠. 이 작품에도 금고와 암호, 현금을 노리는 강도단이 등장하지만 범행의 세부 설계에 오래 머물지는 않습니다. 계획이 시작되자마자 폭풍과 주인공들의 대응이 화면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오션스 일레븐》처럼 역할 분담과 속임수를 따라가는 재미를 찾는다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난 상황 때문에 추격의 조건이 계속 바뀌는 액션을 좋아한다면 설정이 꽤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평소라면 자동차로 지나갈 길도 강풍 속에서는 위험해지고, 숨을 장소 역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가 가장 자신 있게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그런 혼란입니다.
롭 코헨 감독의 전작 《분노의 질주》를 떠올리게 하는 차량 액션도 기대 지점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 작품은 자동차 경주 영화가 아닙니다. 거친 날씨와 강도단의 추격을 묶어 속도를 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화면의 과장된 순간을 현실적인 재난 묘사로 받아들이기보다 장르 영화의 볼거리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관람평과 박스오피스 숫자는 어떻게 읽을까요?
평가가 고르게 좋은 작품은 아닙니다. 로튼 토마토에 표시된 평론가 긍정 비율은 47%, 관객 긍정 비율은 23%입니다. 수치는 평가 참여가 늘면 달라질 수 있지만, 두 집단 모두 높은 점수를 준 영화는 아니라는 분위기는 읽힙니다. 평론에서는 허리케인과 강도 사건을 결합한 발상에 눈길을 주면서도, 이야기의 설득력과 시각효과에는 아쉬움을 나타낸 경우가 있습니다.
흥행도 비슷하게 차분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스오피스 집계 서비스 더 넘버스 기준, 북미 수입은 약 611만 달러이고 전 세계 수입은 약 3,322만 달러입니다. 북미 첫 주말 수입은 약 302만 달러였으며, 당시 2,402개 극장에서 상영됐습니다. 상영관 수에 비해 출발이 강한 편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더 넘버스에 표시된 제작비 추정치는 4,000만 달러입니다. 전 세계 극장 수입이 이보다 적었다는 사실은 흥행 규모를 보여주지만, 그 차액을 곧바로 최종 손익으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극장 수입은 제작사에 전액 돌아가지 않고, 마케팅비와 이후 유통 수익도 별도로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스오피스 숫자는 영화의 흥행 반응을 읽는 자료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보기 전에 기대치를 어디에 맞추면 좋을까요?
이 영화는 인물의 선택을 오래 곱씹게 하는 재난극이나 정교한 금고 털기 영화보다는, 익숙한 액션 공식에 허리케인이라는 장애물을 더한 작품입니다. 총격과 파괴 장면이 이어지므로 가볍고 조용한 영화를 찾는 날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103분 동안 복잡한 설정을 외우지 않고 상황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의 두 단어 중 ‘하이스트’보다 ‘허리케인’에 눈을 두고 고르겠습니다. 범죄 계획의 완성도를 따지기 시작하면 빈틈이 보이지만, 폭풍이 계획을 망가뜨릴 때마다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면 이 영화가 노린 재미가 더 분명해집니다. 기대치를 그 정도에 맞추면 볼지 말지 판단하기도 한결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