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야마다는 누구일까요?

요즘 방영작의 등장인물을 찾아보다가 ‘100일의 거짓말 야마다’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인공은 아닌데도 총독부 장면마다 존재감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가경을 위협할 사람인지, 뜻밖에 도움이 될 사람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야마다를 이해하려면 그가 어디에서 일하고 누구에게 관심을 두는지부터 보면 됩니다.
야마다는 어떤 인물인가요?
‘100일의 거짓말’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입니다. 경성의 소매치기 이가경이 독립군과 거래한 뒤 신분을 숨기고 조선총독부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총독부 통역관 사토 히데오와 서로의 비밀을 모른 채 가까워지는 첩보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제목에 ‘100일’이 들어가지만 영화의 상영 시간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가경이 맡은 임무의 기간과 맞닿아 있죠.
야마다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의 비서입니다. 인물의 전체 이름은 야마다 하나코이고, 배우 고우리 유카가 연기합니다. 가경이 잠입한 곳 안에서 일하니 두 사람이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야마다를 처음부터 가경의 적이나 동료로 단정하면 인물의 재미가 줄어듭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정으로 움직이니까요.
왜 가경의 밀정 활동과 연결될까요?
가경에게 총독부는 작은 실수 하나가 신분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 장소입니다. 반면 야마다는 그곳의 일상적인 업무를 맡은 사람입니다. 이 차이가 두 인물의 장면에 긴장을 만듭니다. 야마다에게는 평범한 대화나 업무 정보가 가경에게는 필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10월 31일과 11월 1일에 방송된 7·8회 관련 보도에서도 야마다가 가경의 밀정 활동에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소개됐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입니다. 야마다가 독립군의 계획을 알고 돕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본인은 자기 일을 하고 감정을 드러낼 뿐인데, 가경은 그 사이에서 움직일 여지를 찾습니다. 첩보물의 긴장이 꼭 노골적인 추격 장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관계죠.
야마다가 사토 신이치의 비서라는 자리도 중요합니다. 총독부 안에서 오가는 사람과 정보에 가까운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높은 직책을 가진 권력자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사무실의 분위기와 작은 변화에 반응하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가경과 마주칠 때 야마다가 무엇을 알고 말하는지, 무엇은 모른 채 지나치는지 구분해 보면 장면의 의미가 더 또렷해집니다.
히데오를 향한 마음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야마다에게는 사토 히데오를 짝사랑한다는 설정도 있습니다. 씨네21 인터뷰에서 고우리 유카는 야마다가 히데오와 실제로 함께하는 장면보다 혼자 상상하는 순간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히데오를 대할 때의 들뜬 반응과 가경을 바라볼 때의 미묘한 표정이 한 인물 안에서 나옵니다. 가경과 히데오의 관계를 아는 시청자라면 그 시선이 더 신경 쓰일 만합니다.
다만 야마다의 짝사랑을 곧바로 본격적인 삼각관계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물 설정에서는 히데오를 향한 마음이 야마다의 행동과 표정을 설명하는 데 더 가깝습니다. 가경과 히데오가 각자의 비밀 때문에 조심스레 가까워지는 흐름과도 결이 다르죠. 같은 사람을 바라보는 감정이라도 한쪽은 생존과 신분의 문제에 얽혀 있고, 다른 쪽은 직장 안에서 품은 개인적인 호감으로 출발합니다.
배우 고우리 유카는 야마다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고우리 유카는 씨네21 인터뷰에서 야마다가 첫인상과 다른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여도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격은 아니며, 움직임과 반응에는 다람쥐 같은 느낌을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걸음걸이, 서 있는 자세, 목소리까지 따로 설정했다는 설명을 알고 보면 야마다가 부산스럽게 반응하는 순간도 우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의상에도 생각이 들어갔습니다. 배우는 야마다가 히데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출근 전부터 옷차림에 신경 쓸 인물이라고 상상했고, 밝은색 의상을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총독부를 배경으로 한 무거운 장면 사이에서 야마다의 표정과 옷차림이 조금 다른 리듬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배우에게는 ‘100일의 거짓말’이 첫 한국 출연작이기도 합니다.
가경의 임무와 히데오의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야마다는 잠깐 스쳐 가는 비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무심코 건넨 말과 혼자 품은 감정이 총독부 장면의 흐름을 바꿉니다. 다음 장면에서 야마다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살피게 되는 건, 이 인물이 아직 자기 말의 무게를 다 알지 못하는 듯해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