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 여배우는 왜 지금 봐도 생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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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 여배우는 왜 지금 봐도 생생할까요?

얼마 전 1920년대 영화를 다시 보는데, 대사가 없는데도 배우의 망설임이 또렷하게 보였다. 무성영화 여배우를 옛날 영화의 화려한 얼굴로만 기억하기 쉽지만,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표정과 몸짓의 쓰임이 사람마다 다르다. 처음 볼 작품을 고를 때도 배우의 이름보다 그 차이를 알아두는 편이 도움이 된다.

대사 대신 무엇을 보고 듣게 될까?

무성영화는 소리가 전혀 없는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극장에서는 피아노나 악단이 연주했고, 화면 속에는 대사를 전하는 자막이 들어갔다. 다만 배우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은 시선, 손의 움직임, 인물 사이의 거리를 더 자세히 읽게 된다. 지금 보면 몸짓이 커 보이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모든 배우가 같은 방식으로 과장해 연기한 것은 아니다. 가까이 잡힌 얼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감정을 전하는 배우도 있었다.

관람할 때는 자막이 나오기 전후의 얼굴을 한 번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상대의 말을 들은 인물이 곧바로 반응하는지, 잠시 시선을 피하는지에 따라 장면의 의미가 달라진다. 익숙해지는 데 몇 분쯤 걸릴 수 있지만, 그 리듬에 들어가면 대사가 적은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메리 픽퍼드와 릴리언 기시는 어떻게 다를까?

메리 픽퍼드는 무성영화 시대의 대표적인 흥행 스타였다. 어린 인물을 연기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1927년작 《마이 베스트 걸》에서는 백화점 점원 매기의 연애를 이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 채 가까워지는 과정, 계급 차이에서 생기는 오해를 가볍고 활기 있게 보여준다. 픽퍼드의 영화를 처음 본다면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출발점을 발견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도 그를 당대의 중요한 스타이자 영화 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소개한다.

릴리언 기시는 훨씬 다른 온도를 남긴다. 1928년작 《바람》에서 기시가 맡은 레티는 낯선 곳에 도착한 뒤 거센 바람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불안해진다. 폭풍이 몰아치는 화면 속에서도 눈빛과 몸의 긴장이 세밀하다. 영국영화협회가 이 작품을 기시의 무성영화 시기 대표적인 입문작으로 꼽는 이유를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벼운 호흡을 원한다면 픽퍼드, 인물의 심리를 오래 따라가고 싶다면 기시 쪽이 먼저 손이 갈 것이다.

클라라 보와 애나 메이 웡은 무엇을 보여줄까?

클라라 보는 1927년작 《잇》으로 ‘잇 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전 세대의 단정한 스타상과 달리, 빠르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화면을 끌고 간다. 《잇》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라 《마이 베스트 걸》과 나란히 보면 더 흥미롭다. 같은 시기, 비슷한 공간을 배경으로 해도 두 주인공의 매력과 영화의 속도는 꽤 다르다. 미국 의회도서관 기록에는 보가 1927년 《잇》과 《윙스》에 출연한 사실이 남아 있다.

애나 메이 웡을 보면 스타의 재능만으로 배역의 폭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떠오른다. 그는 1922년 《바다의 희생》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인종적 고정관념이 담긴 역할에 자주 묶였다. 이후 유럽에서도 활동했고, 1929년 영국 영화 《피카딜리》에서는 무대에 오르는 여성 샤오쇼를 연기했다. 미국영화연구소의 소개를 함께 읽으면, 그의 경력을 개인의 성공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 선명해진다. 영화를 볼 때는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와 함께 영화가 그에게 어떤 자리를 허락하는지도 보게 된다.

첫 작품을 고르기 전에 알아둘 점

무성영화는 배급되는 판본에 따라 영상의 상태, 자막 언어, 반주 음악, 상영 시간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제목을 골라도 관람 경험이 조금씩 달라지는 이유다. 오래된 화면이 흐릿하다고 해서 원래 연기가 그렇게 보였으리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복원 상태와 재생 속도가 인상의 일부를 바꾼다. 가능하다면 작품 제목뿐 아니라 제작 연도와 상영 판본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남아 있는 영화만으로 당시 배우 전체를 평가하기도 조심스럽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조사에 따르면 1912년부터 1929년까지 미국에서 제작·배급된 무성 장편 가운데 원래 개봉 형태의 완전한 35㎜ 필름으로 남은 작품은 약 14%다. 그래서 지금 유명한 장면은 배우의 실력뿐 아니라 필름이 살아남은 결과이기도 하다. 내게 무성영화 여배우를 보는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장면의 표정을 즐기면서도, 그 표정이 오늘까지 도착한 긴 시간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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