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 한국 영화는 기생충뿐인가요?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날 때마다 작품상 수상작을 찾아보는데, 한국 영화를 떠올리면 여전히 <기생충>이 먼저 생각납니다. 한국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있는지, 국제장편영화상과는 무엇이 다른지 헷갈리기도 하죠. 2026년 제98회 시상식까지 확인하면 한국 제작 영화의 작품상 수상작은 <기생충> 한 편입니다.
기생충은 언제, 어떤 상을 받았을까요?
<기생충>은 2019년에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한국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듬해인 2020년 제92회에 이름을 올렸어요. 그래서 ‘2019년 영화’라는 소개와 ‘2020년 작품상 수상’이라는 기록은 둘 다 맞습니다. 개봉 연도와 시상식 개최 연도가 다른 겁니다.
그해 <기생충>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아카데미가 밝힌 기록에 따르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국제장편영화상만 받은 것으로 기억하기 쉽지만, 시상식의 대표 부문인 작품상까지 받았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작품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은 서로 다른 상입니다. 작품상은 그해 후보에 오른 영화들 가운데 한 편을 뽑고, 국제장편영화상은 주로 영어 이외의 언어로 제작된 작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기생충>은 같은 해 두 부문을 모두 수상했어요. ‘한국 영화가 오스카를 받았다’는 말보다 어느 부문을 받았는지까지 확인하면 수상 기록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수상 기록을 알고 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상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만 기대하고 보면 의외로 당황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은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한 사회극으로만 흐르지 않거든요. 일자리가 없는 기택의 가족이 부유한 박 사장 가족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익숙한 가족 이야기처럼 출발한 분위기가 여러 차례 바뀝니다. 웃다가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관람 전에는 줄거리보다 두 가족이 사는 공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비가 왔을 때 각 가족이 겪는 일이 인물의 처지를 보여줍니다. 대사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느껴지죠. 첫 관람이라면 이후 전개를 미리 찾아보지 않는 편이 이런 장면의 효과를 온전히 느끼기 좋습니다.
러닝타임은 칸영화제 작품 정보 기준 132분입니다. 짧은 영화는 아니지만, 장면마다 웃음과 긴장의 리듬이 달라 체감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설명 때문에 무거운 영화만 예상했다면, 블랙코미디와 스릴러가 함께 움직인다는 정도만 알고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미나리도 한국 영화의 작품상 수상작일까요?
<미나리>를 함께 떠올리는 분도 많습니다. 한국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한국어 대사도 들리니까요. 다만 <미나리>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이며,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해 작품상은 <노매드랜드>가 받았습니다.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은 별개의 기록입니다. 한국 배우의 오스카 수상과 한국 제작 영화의 작품상 수상을 한데 묶으면 영화마다 이룬 성과가 흐려질 수 있어요. 작품상 후보인지 수상작인지, 배우의 수상인지 영화의 수상인지 나눠 보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다음 한국 영화는 어떻게 지켜보면 좋을까요?
2026년 제98회 아카데미 작품상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받았습니다. <기생충> 이후 한국 제작 영화의 작품상 수상 기록이 새로 생기지는 않은 셈이죠. 그렇다고 작품상 기록 하나로 한국 영화의 흐름을 판단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후보 발표 때는 작품상뿐 아니라 감독, 각본, 연기 등 어느 부문에 어떤 영화가 이름을 올렸는지도 함께 보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저는 <기생충>을 다시 볼 때 수상 장면보다 영화 속 집과 거리의 높낮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 결과를 아는 영화인데도 장면을 따라가며 새로 발견하는 것이 있더군요. 작품상이라는 기록은 영화를 고르는 계기가 되고, 그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결국 화면 안에서 찾게 됩니다.
